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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이야기 나누는 집, 아이는 뭐가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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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어땠어?" "그냥." "기분은 어때?" "몰라."

저녁 시간에 한 번쯤 오가는 대화죠. '좀 더 이야기 해보지' 하면서 서운해지기도 해요. 그런데 아이의 "몰라"는 정말 몰라서 하는 말일 때가 많아요. 마음은 분명히 있는데, 거기에 붙일 이름을 아직 찾지 못한 거예요.

그렇다면 집에서 감정 이야기를 자주 나누면 아이에게 무엇이 달라질까요? 이 질문을 오래 들여다 본 연구자들이 있어요.

▶ 세 살의 감정 대화가 여섯 살을 바꿨어요

발달심리학자 주디 던(Judy Dunn) 연구팀(당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은 가정을 찾아가 가족이 나누는 대화를 관찰했어요. 그 결과, 세 살 무렵 가족과 감정에 대해 자주 이야기 나눈 아이일수록 여섯 살이 되었을 때 다른 사람의 감정을 더 잘 읽어 냈어요.

쉽게 말하면, 집에서 듣는 감정 단어가 아이 머릿속에 '마음 지도'를 그려 주는 거예요. 지도가 있는 아이는 처음 가는 길에서도 덜 헤매요. 친구의 마음이라는 낯선 길에서도요.

▶ 감정을 코칭받은 아이들, 초등학생이 되어서는

미국 워싱턴대학교의 존 가트맨(John Gottman) 연구팀은 4~5세 아이를 둔 가족들을 관찰하면서,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대하는 방식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눴어요. 아이의 속상함을 얼른 넘기거나 없애 주려는 부모, 그리고 감정을 알아주고 이름을 붙인 뒤 함께 해결책을 찾는 부모예요. 연구팀은 뒤쪽을 '감정 코칭'이라고 불렀어요.

연구팀은 이 아이들을 여덟 살 무렵, 그러니까 초등학교 저학년이 될 때까지 다시 살펴봤어요. 감정 코칭을 받은 아이들은 속상한 일이 생겨도 더 빨리 진정했고, 친구 관계가 원만했고, 학업 성취도 더 높았어요. 감염성 질환에 걸리는 일도 더 적었다고 해요.

감정 코칭은 운전 연수와 비슷해요. 처음에는 옆자리 어른이 "자자 지금은 브레이크!" 하고 알려 주지만, 그 경험이 쌓이면 아이는 혼자서도 속도를 조절할 수 있게 돼요.

두 연구가 함께 알려 주는 건 이거예요. 감정을 대신 없애 주는 게 아니라, 이름을 붙이고 잠시 함께 머물러 주는 것. 그 작은 대화가 아이 안에 오래 남아요.

▶ 오늘 저녁, 이렇게 시작해 보세요

유아라면

  • 날씨로 물어보세요. "오늘 마음은 맑음이야, 비야?" 감정 단어보다 그림이 그려지는 말이 더 쉬워요. (색깔, 바람의 세기도 좋아요)
  • 어른의 마음을 먼저 들려주세요. "엄마는 아까 길이 막혀서 조금 답답했어." 아이는 듣는 만큼 말하게 돼요.
  • 그림책을 읽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멈춰 보세요. "이 친구는 지금 어떤 마음일까?"

초등이라면

  • "기분 어때?" 대신 장면을 물어보세요. "오늘 제일 웃겼던 순간은?" "좀 억울했던 일은 없었어?"
  • 화 밑의 마음을 같이 찾아보세요. "화날 만했네. 혹시 서운한 마음도 있었을까?"
  • 해결책은 아이에게 먼저 물어보세요. "다음엔 어떻게 해 보고 싶어?"

선생님이라면

  • 아침 활동 2분, "오늘 내 마음 날씨"를 하나씩 고르는 것만으로도 교실에 감정 단어가 오가기 시작해요. 상담실에서는 첫 만남을 감정에 이름 붙이기로 열면 아이가 훨씬 편하게 말을 꺼내요.

▶ 이 대화를 매일 이어 가려면

막상 매일 새로운 질문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죠. 그럴 땐 이야기의 힘을 빌려 보세요. "너 지금 기분 어때?"라는 질문에는 머뭇거리던 아이도, "이 친구는 지금 어떤 마음일까?"라고 물으면 훨씬 쉽게 입을 열어요. 내 마음을 바로 꺼내는 건 부담스러워도, 주인공의 마음을 빌려 말하는 건 한결 편하거든요. 그렇게 주인공 이야기를 하다 보면 아이는 어느새 "나도 그런 적 있어" 하고 자기 마음을 꺼내 놓아요.

이때 손에 잡히는 도구가 있으면 대화가 훨씬 자연스러워요.

· 그림책: 읽다가 한 장면에서 잠깐 멈추고 "이 친구 얼굴 좀 봐,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하고 물어보세요. 유아에게 특히 좋아요.

· 활동지북: 짧은 이야기를 읽고 마음을 고르거나 몇 줄 적어 보는 구성이라, 매번 질문을 고민하지 않아도 대화가 이어져요. 스스로 읽기 시작한 초등학생에게 잘 맞아요.

· 주변 소품: 인형 두 개로 "곰돌이가 토끼한테 장난감을 뺏겼대. 곰돌이 마음은 어땠을까?" 하고 짧은 상황극을 해 보세요. 냉장고에 붙인 날씨 그림 한 장으로 매일 "오늘 마음 날씨"를 고르는 것도 좋아요.

· 교구: 감정 카드처럼 표정과 감정 단어가 함께 있는 교구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아이에게 "이거!" 하고 가리킬 수 있는 길을 열어 줘요. 교실이나 상담실에서도 바로 쓸 수 있어요.

처음엔 조금 어색해도 괜찮아요.
"오늘 뭐 배웠어?" 대신 "오늘 마음 날씨는 어땠어?" 하고 묻고, "아빠는 점심이 맛있어서 기분이 몽글몽글했어" 하고 먼저 들려주세요. 이런 대화가 하나둘 쌓일수록 아이와 어른의 마음은 더 단단하게 이어질 거예요.

꼭 참고해 주세요
차이의 놀이의 모든 콘텐츠는 아이를 돌보고 기르는 모든 양육자 분들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 입니다. 아이를 기르는 주 양육자는 아빠, 엄마, 조부모님, 돌봄 선생님 등 각 가정의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매 콘텐츠마다 각 양육 상황을 고려하여 모두 기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엄마'로 표기하여 설명드리는 점이 있습니다. 차이의 놀이의 콘텐츠는 엄마가 주로 양육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써 엄마를 주로 언급하여 표기하는 것은 아닌 점 꼭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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