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육아하면 '우리 아이 똑똑하게 키우는 법'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두뇌 육아는 그보다 더 중요한 '우리 아이 행복하게 키우는 법'에 더 가깝습니다
인간의 두뇌는 체중의 2%가량의 무게를 지니지만, 사용하는 에너지는 20%나 되는 고기능 장기입니다. 기본적인 생명 활동의 제어는 물론, 감정과 고차원적 사고 활동도 관장하는 컨트롤 타워이지요. 뇌가 어떤 자극을 받아 어떤 신경회로를 많이 형성했는지는 개인의 성격을 좌우합니다. 자주 오가는 숲길로 자연스레 산책로가 생기는 것처럼, 생각하는 방식, 행동하는 방식 등이 패턴으로 굳어지면 그게 그 사람의 성격이 되는 것입니다
영유아기의 뇌는 폭발적으로 성장합니다.
이 시기에는 일단 시냅스를 열심히 만들어서 '여러 길을 내고 보는' 때입니다. 그리고 자주 쓰는 길을 잘 정비된 도로로, 덜 쓰는 부위를 소거하거나 작은 오솔길로 정리하는 일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이 시기의 아이들은 '종잡을 수 없고','다소 산만하고','온갖 것에 참견하다가도 금방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만큼 열심히 뇌의 길을 내고 탐색하느라 그러니 어여삐 봐줄 만하지요.
뇌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중 가장 안쪽에 있는, 생명 활동을 담당하는 후뇌(간뇌, 뇌줄기)는 호흡, 심장박동 등 생존을 책임지는 곳으로, <생명 뇌>,<파충류 뇌>라는 별칭이 있습니다
1.파충류 뇌의 안정
똑똑하게 키우기, 공부 잘하는 아이 등 어른이 솔깃해하는 부분은 대뇌피질의 영역이고, 이 부분은 사실 영유아기에 열심히 챙길 것이 아닙니다. 애석하게도 우리나라는 조기교육이니 뭐니 하며 7세 이전의 아이에게 학습을 강요하는데, 사실 0-7세 시기엔 파충류 뇌-포유류 뇌(변연계)의 안정적인 길 만들기가 더 중요합니다.
신생아는 양육자의 보살핌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배고플 때 먹고, 졸릴 때 자고, 불쾌할 때 배변처리가 되는 단순한 행위를 통해 안정감을 찾습니다. 이 기본적인 생존 활동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파충류의 뇌는 만성 경계 상태에 돌입하여, 살아남기 위한 긴장 모드를 켭니다.
이것은 변연계(감정 반응을 주관하는 포유류 뇌)에도 영향을 미쳐, 어떤 일을 마주할 때 행복과 거리가 먼 상태-이를테면 불안-을 더 잘 끄집어내는 뇌가 세팅됩니다. 영유아기 육아의 9할이 '잘 돌보는 것'인 이유입니다. 불안정한 양육환경은 파충류 뇌에 영향을 줍니다. 생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길이 깔리는 셈입니다. 그래서 예민하고, 두렵고, 의심하는 성향을 지니기 쉬워집니다. 하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살기 위해 터득한 방법이지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아기가 울게 놔두는 수면 교육인 퍼버법은 아이의 파충류 뇌에 맞지 않는 교육법일 수도 있습니다.
많은 엄마들이 이 방식을 접하면 '이건 맘 약해서 못하겠다'며 거부감을 표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엄마의 과한 죄책감이나 강요된 모성애라고 칭하기도 하지만(주로 수면 교육 옹호론자들이), 감히 그 거부감을 '엄마의 직관'이라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본능적으로 아는 것이지요. 내 아기에게 이런 것(불안하고 불편해서 우는데 방치하는 행위)을 하면 안 된다고.
수면 교육은 밤낮을 구분하는 '리듬'을 몸으로 느끼게 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어둡고, 조용하고, 나른해지는 무언가가 있어서 잠을 청하게 되는 일정이 매일 반복되는 것. 그것이 수면 교육입니다. 정말로 두려워서 우는데 내버려 둔다거나, 심지어 방치하고 포기할 때까지 놔두는 것은, 아기 입장에선 그저 너무 무서운데 누구도 도와주지 않아 좌절하다 포기하는 경험일 뿐입니다.
2.포유류 뇌의 안정
안정된 환경에서 편안히 자라고 있다면, 다음은 포유류 뇌를 보살필 차례입니다. 이것은 거의 같이 이루어지는데, 파충류 뇌가 필요로 하는 생존의 안정감 외에 정서적 안정감이 더해집니다
파충류와 달리 포유류는 새끼를 품어 기르는 존재이지요. 새끼를 보호하고, 먹이고, 가르칩니다. 그리고 기본적인 감정 또한 있습니다. 먹을 것을 보면 '먹어야 해!'하며 흥분하고, 두려움 앞에서 긴장하는 것 정도가 다인 파충류와는 달리, 포유류는 기뻐하고 아끼고 슬퍼하는 등의 감정반응을 할 수 있습니다. 주인을 보고 반기는 강아지를 떠올려 보면, 상대와 상호작용을 하며 감정적 교류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포유류 뇌의 대표 격인 '변연계'의 작용입니다. 감정반응을 관장하는 변연계를 잘 보살피자는 것이 결국 '애착 육아'의 핵심입니다.
감정의 길은 이 변연계에 깔리는데, 대상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경험하고 느끼는 것을 통해 '남길 길과 철거할 길'을 정하게 됩니다. 어린아이가 엄마를 찾을 때, 웃으며 나타나는 엄마와 냉담한 엄마가 아기의 변연계에 세팅할 길은 극명하게 다를 것입니다. 전자는 '세상은 긍정적이다-내가 원하는 것을 표현하면 얻을 수 있다'는 길을, 후자는 '세상은 나에게 힘든 곳이다-울거나 상대가 기뻐할 만한 일을 하지 않으면 날 봐주지 않는다'는 길을 낼 가능성이 커집니다. 어느 쪽 아이가 정서적으로 안정될지는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파충류 뇌가 불안정하면 포유류 뇌의 도로사업에도 지장이 생깁니다. <원하는 것을 표현하면 얻을 수 있어-표 도로>를 깔려고 하는데 자꾸 '아냐, 잠깐만. 그걸로는 안될 거야. 난 늘 배고프다고 발악을 해야 겨우 배를 채울 수 있었는데 뭔 소리야'하고 딴지를 겁니다.
혼자 방치된 채 울다 잠든 경험이 새겨져 있다면, '내가 무서워 울 때도 아무도 날 돕지 않았어'라며 안정적인 길 만들기를 방해합니다. 괜히 믿었다가 위험해질 수는 없죠. 생존을 위해선 경계, 또 경계해야 할 겁니다.
아기의 발달 이야기뿐 아니라, 어른이 자기 성격을 고백할 때 나오는 말처럼 들리지 않나요? 상처받지 않기 위해 마음을 열지 못하겠어요/어릴 때 너무 눈치 보며 자라서 지금도 소심해요-같은 '어른들의' 고백은 불안정하게 세팅된 파충류 뇌-포유류 뇌의 길로만 다녀온 슬픈 결과입니다.
그러니 아이를 돌보는 양육자는 아이의 행복을 위해 안정적인 파충류 뇌와 포유류 뇌를 발달시킬 의무가 있습니다. 특히나 7세 이전(본격적인 학습을 하기 전의 시기)에는 파충류 뇌와 포유류 뇌의 도로작업이 활발히 일어나는 시기이기에, 아이가 애정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도록 도와야 합니다.
부모는 두뇌 보살피기 훈련 중!
제때 잘 먹이고, 잘 입히고, 잘 씻기고, 잘 재우는 것. 그것이 가장 기본입니다. 많은 엄마들이 일상의 기본적인 보살핌을 반복되는 고된 일과로 여기지만, 가장 정확하고 올바른 방법으로 아기의 파충류 뇌를 안정적으로 발달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잘 보살피는 엄마는 모두 훌륭한 양육자인 셈이지요. 비싼 수업, 고가의 교구 세트를 사용하지 않아도 말입니다. 기저귀를 잘 갈지 않아 퉁퉁 불게 방치하거나, 배고파 칭얼대는데도 밥을 늦게 주거나, 무섭다고 우는데 수면 교육을 한답시고 홀로 두는 것 등은 파충류 뇌를 만성 불안 상태로 빠뜨리는 일이지만, 대부분의 엄마는 아주 잘 보살피지요.
한편, 많이 안아주고, 눈을 맞추고, 따뜻하게 말을 걸며 한껏 애정을 주는 것은 포유류 뇌에 긍정적인 길을 내는 애착 육아의 지름길입니다. 아기에게 집중하는 때(그것이 짧든 길든 사정에 맞게), 그 시간, 그 장소에서 온전히 함께 있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어떤 '교육'이나 '훈련'이 필요한 쪽은 아기가 아니라 부모인 것 같습니다. 몸과 마음이 지치고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환경에 적응하고, 그 속에서도 육아 미션을 수행하는 것이 마치 외계 적응 훈련을 받는 우주인 같습니다. 하지만 그 미션은 한 인간의 행복 뇌 신경 회로를 세팅하는, 완수할 가치가 있는 훌륭한 일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