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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빠 이야기
8살, 2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아이 엄마의 일기
댓글 8
조회수 1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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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엄마의 실제 이야기를 볼까요?

(* 아이의 이름은 첫째 차이, 둘째 노리로 각색하였습니다.)

🔔 엄마에게 힘든 것 중에 하나는, '만화 그만 볼 시간'이라고 말하는 거야.


차이야, 너는 몰입하면서 만화영화와 한 몸이 되어 있는데, 거기서 떼어내는 잔소리를 하자니 답답하고 너에게도 미안하고 그렇단다. 엄마는 할머니의 잔소리를 많이 듣고 자랐어. 그래서 잔소리는 귀에서 튕겨 나오는 소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 그런데도 엄마도 똑같이 너에게 잔소리를 하고 있구나. 너에게 왜 그 만화영화가 재미있는지, 어떤 스토리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는지 너의 생각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그만 보라고 해서 미안해.

하지만 이 세상에는 만화영화 이외에도 재미있는 것이 많단다. 독서, 운동, 산책, 대화, 꿈을 쫓아가는 노력 등등, 만화영화는 재미있는 것 중에 하나이니, 우리 다른 활동에서도 만화영화 같은 즐거움을 만끽해 보자.

🔔 엄마 아빠가 투닥투닥 거리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어서 미안해. 

엄마가 감정 조절이 잘 안되었던 부끄러운 순간들이었네. 네가 불안한 눈망울을 깜빡 거리며 "엄마 이제 기분 괜찮아요?""라고 물어볼 때 심하게 부끄러워서 헛기침이 날 정도였어. 하지만 엄마가 9월부터 운동을 시작했고, 운동을 하며 스트레스의 땀방울이 몸밖으로 배출돼서 그런지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것 같아. 그래서 아빠와도 예전보다는 삶의 문제를 잘 헤쳐나가고 있는 것 같아. 너 덕분이야. 네가 순수한 감시자 역할을 해줘서 엄마가 반성하고 몸과 마음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으로 한걸음 내딛게 된 것 같아.

🔔 엄마에게 중요한 딱 한 가지를 꼽자면 우리 가족의 건강이야. 

사실 다른 것은 다 부차적이라고 생각해. 물론 엄마 욕심에는 네가 공부를 잘하면 좋겠지만, 만약 공부 쪽이 아닌 다른 길을 찾는다 하더라도 건강하기만 하면 다 괜찮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건 엄마의 허영심 때문이고, 엄마 인격 수양이 부족해서겠지. 그래서 초등학생이 되는 너에게 학습의 학원보다는 운동을 더 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싶었어. 그리고 엄마는 달리기를, 아빠는 동네 축구를 땀 흘리며 하고 있지. 이게 모두 너희들의 웃음을 더 오래 만끽하고 싶기에, 그리고 건강한 할머니 할아버지로서 삶을 풍요롭게 살아가기 위해서란다.

🔔 엄마 말 습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어.

네가 36개월쯤이었어. '엄마 대방이야 대방' 그러는 거야. 놀라서 대방?이라고 물어봤어. 알고 보니, 엄마가 때때로 아빠에게 '정말? 대박이네' 이런 과장된 표현을 쓰곤 했었는데 그걸 네가 듣고는 어눌하고 귀여운 말투로 '대방'이라고 표현한 거였지. 작은 에피소드였지만, 명료하지 않고 과장된 표현을 네가 그대로 배운 사실에 흠칫 놀랐어. 명징한 (명확하고 군더더기 없는) 언어로 세상을 폭넓게 바라보고 구체적으로 사유해야 할 너희들에게 엄마가 상투적인 언어 자극만 주고 있는 것 같았지.

그러한 부끄러움에 책을 펼치게 되었어. 책에는 일상 언어를 넘어 창작 언어를 배울 수 있으니까. 엄마가 책을 보면 너희들도 자연스럽게 책을 펼칠 것이라는 감춰진 계산도 있었지만, 한편으론 책을 더욱더 읽어야 할 이유가 추가된 셈이지. 너에게 '공부해 얼른!'이라고 다그치는 대신, '엄마는 요즘 이 책을 읽고 있어. 식탁에서 엄마는 책 읽을게~'라고 하면 쓱 보며 너도 너의 책을 펼치는 모습을 보고 고마웠단다.

🔔 엄마의 바람은 네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그 일을 즐겁게 하는 거야. 


엄마 아빠의 경우를 돌이켜보면, 좋아하지 않는 일들은 결국 그만두게 되더라고. 물론,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계속해야 할 경우가 있겠지만은 그런 경우에도 시간의 흐름 속 나름의 즐거움을 찾았기에 계속하게 되는 것 같아. 엄마는 네가 하기 싫은 것이 있다면 억지로 몰아넣지 않을게. 대신 네가 어떤 영역에서 눈이 반짝거리는지, 어떤 주제에 몰입하는지를 관찰할게.

🔔 너에게 잔소리하는 대신 엄마의 삶으로써 너에게 살아있는 모범을 보이고 싶어. 

엄마도 엄마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열심히 해볼 거야. 이제 백 살까지 사는 시대라고 하잖아. 부끄럽지만 엄마는 글쓰기를 다시 시작해 보려고 해. 고이 숨겨두었던 작가의 꿈을 서랍 속에서 꺼내볼까 해. 그래서 엄마가 지은 소박한 동화책을 손자, 손녀에게 읽어주는 그날을 상상해 볼게. 네가 힘든 숙제에 멈추어 서 있으면 얼른 하라고 다그치는 내가 아닌, 엄마도 책에서 배운 내용을 메모하고 글을 쓰며 마라톤을 같이 달리는 페이스메이커가 돼볼까 해.


🔔 우리 둘째 노리야, 너는 엄마에게 미소와 포옹의 힘을 느끼게 해줬어.


너의 웃는 모습을 보면 하루의 힘듦이 잊히는 경이로움을 경험하곤 해. 그리고 네가 다다다 달려와 엄마 품에 쏘옥 들어올 때면, 식어버린 엄마 가슴의 불꽃을 느껴. 그 불꽃의 타격을 잊을 수가 없어서, 하루는 엄마가 아빠를 꼬옥 안아줬어. 아빠가 그날엔 힘들어 보였거든. 그러니까 아빠가 다시 힘과 용기를 얻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느껴지더라고. 서로 안아주면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고 그 옥시토신은 삶을 따뜻하게 보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던데, 네가 그 옥시토신의 진수를 일깨워줬구나! 우리 더 많이 안고 더 많이 웃자.

비록 엄마 아빠의 머릿속엔 회사 일의 지난함과 미래의 불안함이 맴돌지만 너희의 포옹과 웃음 속에 삶의 정수가 무엇인지 깨닫곤 한단다. [지금, 여기]의 뿌리가 모든 것의 시작임을, 너희를 통해 배웠어.


🌟 올해 엄마 아빠가 너희를 키워준 것보다, 너희 둘이 엄마 아빠를 더 키워주었구나. 

너희는 거울이 되어 엄마 아빠가 현재 어떠한 사람인지 비쳐주곤 해. 엄마는 이럴 때 화내는 사람이고, 저럴 때 부끄러움을 느끼는 사람이고, 아빠는 이런 순간 게으른 모습이 보인다고... 너희를 통해 엄마아빠는 깨달아. 엄마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현 주소를 알게 해. 그리고 앞으로의 목표를 네비게이션에 찍을 수 있도록 해. 너희들이 엄마아빠에게 어쩌면, 길을 보여주고 있을지도 몰라. 

남은 한해 그리고 내년, 한 걸음씩 더 걸어갈 수 있도록 할게. 차이야, 노리야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

꼭 참고해 주세요
차이의 놀이의 모든 콘텐츠는 아이를 돌보고 기르는 모든 양육자 분들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 입니다. 아이를 기르는 주 양육자는 아빠, 엄마, 조부모님, 돌봄 선생님 등 각 가정의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매 콘텐츠마다 각 양육 상황을 고려하여 모두 기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엄마'로 표기하여 설명드리는 점이 있습니다. 차이의 놀이의 콘텐츠는 엄마가 주로 양육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써 엄마를 주로 언급하여 표기하는 것은 아닌 점 꼭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민이맘JY일 년 이상 전
글읽다 눈물이 나네요..

소미앤나응일 년 이상 전
좋은 글이네요 엄빠들 힘내세요

베스트킹왕짱일 년 이상 전
저도 아기를 키우지만....아기를 통해서 나를 되돌아보게 되는 것같아요 저는 14개월 첫아기를 키우고있어요...밝은 에너지를 주기위해서 육아에 힘쓰지만 가끔씩 노곤함에 삐져나오는 한숨을 좀 하곤하는데 그것마저 아기가 따라할때는 많이 놀라곤했어요 작은 몸짓하나 눈으로 기억하고 언젠가 불쑥하는 아기의 모습에서 나를 되돌아보고 엄마가 건강하고 행복해야 이 가정이 밝아질수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힘내시고 행복하세요 그럴자격있으십니다

노로라일 년 이상 전
😭

축복맘파랑일 년 이상 전
훌륭한 엄마시네요~ 본받고 싶은 엄마 모습이구요^^

채로로맘일 년 이상 전
울컥 ㅠ

루기맘일 년 이상 전
6살 2살 아이의 엄마인데 왜 이렇게 공감이 되는지요.. 아이에게 감정조절을 못해 화를 그렇게 냈는데도 나는 엄마가 제일 좋아~!하며 다다다 달려오는 아이를 보며 항상 많은 반성을 하게 되네요 .. 아이들의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랑을 저도 그대로 받고 다시 베풀어줘야 겠어요 ^^

하니맘일 년 이상 전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신다는 글에서 저도 힘을 얻어봅니다. 같은 입장이라서 더욱 잘 읽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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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는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