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갈 즈음이면 이런 고민이 시작돼요. 그런데 아이의 먼 미래를 내다볼 때, 글자나 숫자만큼 중요한 단서가 하나 더 있다는 연구가 있어요. 바로 친구와 어울리는 힘, 사회성이에요.
▶ 다섯 살 아이 753명을 20년 동안 지켜봤어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의 데이먼 존스(Damon Jones), 마크 그린버그(Mark Greenberg) 교수 연구팀은 미국 네 지역의 유치원생 753명을 거의 20년 동안 추적했어요.
출발점은 간단했어요. 유치원 선생님이 아이 한 명 한 명을 이런 항목으로 평가한 거예요.
- 친구를 잘 도와주나요?
- 자기 물건을 나눠 쓰나요?
-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 주나요?
- 친구와 잘 협력하나요?
- 친구와 생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나요?
그리고 아이들이 스물다섯 살이 되었을 때 삶을 다시 살펴봤어요.
▶ 그 결과는 놀라웠어요
유치원 때 사회성 점수(5점 척도)가 1점 높을수록
- 대학을 졸업할 가능성이 2배 높았고,
- 고등학교를 졸업할 가능성은 54% 높았고,
- 스물다섯 살에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을 가능성은 46% 높았어요.
사회성을 '잘함'으로 평가받은 아이는 '조금'으로 평가받은 아이보다 대학을 졸업할 가능성이 4배나 높았어요. 반대로 사회성 점수가 낮았던 아이들은 성인이 된 뒤 여러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더 높았고요.
연구팀은 가정 형편, 가족 스트레스, 사는 동네, 그리고 유치원 때의 읽기 수준까지 함께 고려했어요. 그런데도 사회성은 따로 뚜렷한 차이를 보였어요. 다섯 살 때 글자를 얼마나 아느냐와는 별개로, 친구와 어울리는 힘이 20년 뒤를 비추고 있었던 거예요.
물론 이 연구가 "사회성이 미래를 결정한다"고 말하는 건 아니에요. 함께 나타나는 경향을 보여 준 연구라서, 사회성만 키우면 모든 게 달라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요. 다만 분명한 건, 어릴 때의 사회성이 생각보다 훨씬 오래, 멀리까지 영향을 준다는 점이에요.
▶ 사회성은 타고나는 성격이 아니에요
"우리 아이는 원래 낯을 가려서요." 이런 말을 자주 하죠. 그런데 연구팀이 본 항목을 다시 볼께요. 돕기, 나누기, 들어 주기, 협력하기, 문제 해결하기. 모두 성격이라기보다 배우고 연습하는 기술이에요.
사회성은 자전거 타기와 비슷해요. 처음부터 잘 타는 아이는 없어요. 넘어지고, 다시 올라타고, 옆에서 잡아 주는 어른이 있을 때 조금씩 균형을 잡아 가요. 조용한 아이도 자기 방식대로 친구와 잘 지낼 수 있어요. 중요한 건 말이 많고 적음이 아니라, 친구의 마음을 알아채고 함께 지내는 방법을 아는 거예요.
그리고 그 출발점은 결국 감정이에요. 내 마음을 알아야 친구에게 말할 수 있고, 친구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도울 수 있으니까요.
▶ 연령별로 이렇게 키워 주세요
영아 (0~2세): 함께하는 즐거움 알기
- 까꿍 놀이, 공 주고받기처럼 "주고받는" 놀이를 자주 해 주세요. 차례를 주고받는 경험이 사회성의 첫걸음이에요.
- 아이가 웃으면 같이 웃고, 찡그리면 "속상했어?" 하고 표정을 따라 해 주세요. 마음이 통한다는 느낌을 처음 배우는 시간이에요.
- 아직 나눠 쓰기는 어려운 나이예요. "친구 줘!"보다 "다 놀면 친구도 해 볼까?"처럼 기다리는 연습부터 시작하세요.
유아 (3~5세): 차례, 나누기, 친구 마음 읽기
- 보드게임이나 블록 놀이로 차례를 지키는 연습을 해 보세요. 져도 괜찮다는 것도 함께 배워요.
- 그림책을 읽다가 "이 친구는 왜 울고 있을까?" 하고 물어보세요. 친구 마음을 읽는 힘이 자라요.
- 친구와 다퉜다면 바로 해결해 주기보다 "어떻게 하면 둘 다 놀 수 있을까?" 하고 아이에게 먼저 물어보세요.
초등 1·2학년: 말로 표현하기
- "싫어", "같이 하자", "미안해", "고마워". 이 네 마디를 상황에 맞게 쓰는 연습을 해 보세요. 역할놀이로 하면 더 쉬워요.
- 친구 얼굴을 보고 기분을 맞혀 보는 '표정 퀴즈'를 해 보세요. 표정에서 마음을 읽는 연습이 돼요.
- 오늘 친구에게 고마웠던 일 하나를 저녁에 이야기 나눠 보세요.
초등 3·4학년: 거절과 이해
- 싫은 부탁을 받았을 때 친구 마음도 지키면서 거절하는 법을 연습해 보세요. "같이 하고 싶은데, 오늘은 안 돼. 내일은 어때?"처럼요.
- 친구가 이상하게 행동했다면 "혹시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하고 이유를 두세 가지 떠올려 보게 해 주세요. 섣부른 오해를 줄여 줘요.
- 모둠 활동이 있다면 집에서 "너는 어떤 역할을 맡고 싶어?" 하고 미리 이야기해 보세요.
초등 5·6학년: 다시 잇기와 책임
- 다툰 뒤에는 "누가 잘못했어?"보다 "다시 친해지려면 뭐가 필요할까?"를 물어보세요.
- 실수했을 때 핑계 대신 "내가 ~한 건 잘못이야"라고 먼저 인정하는 연습을 함께 해 보세요. 부모님이 먼저 보여 주면 더 효과적이에요.
- 단톡방 대화 하나를 함께 보며 "이 말을 들은 친구는 어떤 기분일까?" 하고 이야기 나눠 보세요.
선생님이라면
- 아침 활동으로 '오늘 친구에게 해 줄 수 있는 작은 친절 하나'를 정해 보게 하세요. 일주일만 해도 교실 분위기가 달라져요. 다툼이 생겼을 때는 "되감기, 진짜 이유 찾기, 다시 말하기"처럼 정해진 순서를 두면, 아이들이 스스로 갈등을 풀어 가는 힘이 자라요.
▶ 사회성도 연습이 필요해요
자전거를 배울 때 보조 바퀴가 도움이 되듯, 사회성을 배울 때도 곁에서 도와주는 도구가 있으면 훨씬 수월해요. 친구 마음을 들여다보는 그림책, 차례와 협력을 익히는 놀이, 이야기 속 상황을 통해 나라면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보는 활동지가 그런 보조 바퀴가 되어 줄 수 있어요.
25년 뒤 아이의 모습은 거창한 데서 시작되지 않아요.
오늘 친구에게 "같이 할래?" 하고 건네는 한마디, 거기서부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