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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법
아이는 몰아서보다 나눠서 배울 때, 더 잘 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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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엔 바빠서 못 했으니 주말에 몰아서 학습지 열 장. 시험 전날 밤, 교과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벼락치기. 어른인 우리도 그랬죠. 그리고 시험이 끝나면 머릿속이 하얘지는 경험도 함께 했고요.

몰아서 하면 그 순간엔 잘 아는 것 같아요. 그런데 왜 금방 사라질까요? 그리고 같은 시간을 어떻게 나누면 더 오래 남을까요?

▶ 기억은 하루 만에 절반 넘게 사라져요

130여 년 전, 독일의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Hermann Ebbinghaus)는 뜻 없는 글자 조합을 외운 뒤 시간이 지나면서 얼마나 잊는지 스스로를 대상으로 꼼꼼히 기록했어요. 그 결과 그려진 것이 유명한 '망각 곡선'이에요. 배운 직후 기억은 빠르게 줄어들어, 하루만 지나도 상당 부분이 사라졌어요.

그런데 에빙하우스는 또 하나를 발견했어요. 같은 횟수를 반복하더라도, 한꺼번에 몰아서 할 때보다 여러 날에 나눠서 할 때 훨씬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거예요. 이것을 '간격 효과(spacing effect)'라고 불러요.

▶ 초등 1·2학년, 같은 수업을 다르게 나눴더니

미국 UCLA의 헤일리 블라흐(Haley Vlach)와 캐서린 샌드호퍼(Catherine Sandhofer)는 2012년, 초등학교 1·2학년 36명에게 '먹이사슬'을 가르쳤어요. 5분짜리 수업 네 번을 세 가지 방법으로 나눴죠.

  • 몰아서: 하루에 네 번 모두
  • 반쯤 나눠서: 이틀 동안 두 번씩
  • 나눠서: 나흘 동안 하루 한 번씩

수업 시간은 모두 똑같이 20분이었어요. 그런데 일주일 뒤 시험을 보니 결과가 크게 달랐어요. 하루에 몰아서 배운 아이들은 배우기 전과 거의 달라지지 않았어요. 하루에 한 번씩 나눠 배운 아이들이 가장 많이 기억했고, 특히 처음 보는 먹이사슬에 배운 개념을 적용하는 문제를 잘 풀었어요.

▶ 세 살, 다섯 살도 마찬가지였어요

블라흐 연구팀은 2008년 세 살 아이들에게 새로운 물건이나 물건의 종류를 보여 주는 실험도 했어요. 연달아 몰아서 보여 줄 때보다 사이사이 간격을 두고 보여 줄 때 아이들이 더 잘 배웠어요.

영국 워릭대학교의 레이철 시브룩(Rachel Seabrook) 연구팀은 2005년, 다섯 살 아이들에게 글자와 소리를 연결하는 읽기 공부를 시켰어요. 하루 한 번 6분을 공부한 아이들보다, 2분씩 하루 세 번 공부한 아이들이 더 잘 배웠어요. 공부한 시간은 똑같은데 말이에요.

▶ 왜 나눠서 배워야 더 오래갈까?

블라흐 연구팀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해요. 간격을 두면 아이가 앞에서 배운 걸 살짝 잊게 돼요. 그런데 살짝 잊은 상태에서 다시 떠올리려고 애쓰는 그 순간이 기억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는 거예요.

화분에 물을 주는 것과 비슷해요. 일주일 치 물을 한 번에 부으면 흙이 미처 흡수하지 못하고 대부분 넘쳐흘러요. 하지만 매일 조금씩 주면 흙이 그때그때 물을 머금어 뿌리까지 스며들어요. 몰아서 배우는 건 한 번에 쏟아붓는 물, 나눠서 배우는 건 흙이 마실 수 있을 만큼씩 주는 물이에요.

그러니 아이가 "어제 배운 거 기억이 잘 안 나"라고 할 때 실망하지 않아도 돼요. 그건 실패가 아니라, 다시 꺼내 단단하게 만들 기회가 왔다는 신호예요.

▶ 어른의 공부에도 '알맞은 간격'이 있어요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교의 해럴드 패슐러(Harold Pashler)와 니컬러스 세피다(Nicholas Cepeda) 연구팀은 2008년 1,350명이 넘는 어른을 대상으로 대규모 실험을 했어요. 사실들을 공부하게 하고, 복습 간격과 시험 시기를 바꿔 가며 최대 1년 뒤까지 기억을 확인했어요.

핵심 결과는 이거예요. 얼마나 오래 기억하고 싶은지에 따라 알맞은 복습 간격이 달라졌어요.

· 일주일 뒤에 써먹어야 한다면, 하루이틀 뒤 복습이 가장 좋았어요.

· 1년 뒤까지 기억하고 싶다면, 3~5주쯤 뒤에 복습하는 게 가장 좋았어요.

오래 기억하고 싶을수록 복습 간격도 길게 잡으면 된다는 뜻이에요.

▶ 이 연구들이 말해 주는 것

첫째, 같은 시간이라도 나누면 더 많이 남아요. 주말에 몰아서 1시간보다 평일 매일 10분이 더 효과적이에요.

둘째, 살짝 잊는 건 괜찮아요. 오히려 살짝 잊었을 때 다시 꺼내는 순간 기억이 단단해져요.

셋째, 어릴수록 짧게, 여러 번. 다섯 살 아이에게 2분씩 세 번이 6분 한 번보다 나았던 것처럼, 아이의 집중 시간에 맞춰 잘게 나눠 주세요.

넷째, 오래 기억할수록 간격을 넓혀요. 처음엔 촘촘하게, 익숙해질수록 넓게.

▶ 연령별로 이렇게 해 보세요

영아 (0~2세): 하루에 열 번보다, 여러 날 조금씩

· 같은 그림책, 같은 노래를 하루에 몰아서 여러 번 보여 주기보다 며칠에 걸쳐 조금씩 반복해 주세요.

· 새로운 단어도 마찬가지예요. "사과"를 한자리에서 열 번 말하기보다 아침 식사, 마트, 그림책에서 하루에 몇 번씩 자연스럽게 만나게 해 주세요.

· 아이가 며칠 전 본 그림을 다시 알아보면 "어, 기억하는구나!" 하고 반겨 주세요.

유아 (3~5세): 짧게, 여러 번

· 한글이나 숫자 놀이는 한 번에 10분보다 3분씩 하루 두세 번이 나아요. 아침, 오후, 잠들기 전처럼 시간을 나눠 보세요.

· 아이가 지루해하기 전에 멈추는 게 좋아요. "내일 또 하자!"로 끝나면 다음 시간이 기다려져요.

· 어제 한 놀이를 오늘 시작할 때 "어제 뭐 했는지 기억나?" 하고 먼저 물어보세요. 살짝 잊은 걸 다시 꺼내는 순간이 바로 배움의 시간이에요.

초등학생: 매일 10분과 '꺼내 보기'

· 주말에 학습지 몰아 풀기보다 평일 매일 10분씩 나눠 주세요.

· 시험 공부는 전날 벼락치기 대신 일주일 전부터 시작하세요. 오늘 공부한 내용을 다음 날, 3일 뒤, 일주일 뒤에 짧게 다시 보는 식이에요.

· 복습할 때는 다시 읽기보다 "오늘 배운 거 하나만 말해 줄래?"처럼 기억에서 꺼내 보게 해 주세요. 꺼내는 연습이 간격 효과를 더 크게 만들어요.

· 달력에 복습할 날을 함께 표시해 두면 아이 스스로 계획하는 힘도 자라요.

어른이라면

· 외국어나 자격증 공부는 한 번에 몰아서 하기보다 매일 짧게 나누세요. 출퇴근길 10분이면 충분해요.

· 오래 기억하고 싶은 내용은 복습 간격을 점점 넓혀 보세요. 다음 날 → 일주일 뒤 → 한 달 뒤처럼요.

· 책을 읽고 좋았던 내용은 며칠 뒤 다시 펼쳐 핵심만 떠올려 보세요. 한 번 읽고 덮은 책보다 훨씬 오래 남아요.

· 아이에게 무언가를 가르칠 때도 같아요. 한 번에 다 알려 주려고 애쓰기보다, 오늘 조금 내일 조금이면 충분해요.

선생님이라면

수업을 시작할 때 지난주, 지난달에 배운 내용을 3~5분 정도 다시 꺼내 보는 시간을 넣어 보세요. 새로운 진도를 나가기 전 짧은 '되돌아보기'가 아이들의 기억을 훨씬 오래 붙잡아 줘요.

▶ 조금씩, 꾸준히

나눠서 배우기의 가장 큰 장점은 부담이 적다는 거예요. 한 번에 많이 하지 않아도 되니 아이도 어른도 지치지 않아요. 짧은 이야기를 매일 하나씩 읽고 몇 가지 활동으로 정리해 보는 것처럼, 하루 분량이 작게 나뉜 도구를 곁에 두면 꾸준함은 훨씬 쉬워져요.

화분에 매일 물을 주듯, 오늘 10분만 나눠 주세요.

그 10분이 쌓여 뿌리 깊은 기억이 돼요.

꼭 참고해 주세요
차이의 놀이의 모든 콘텐츠는 아이를 돌보고 기르는 모든 양육자 분들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 입니다. 아이를 기르는 주 양육자는 아빠, 엄마, 조부모님, 돌봄 선생님 등 각 가정의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매 콘텐츠마다 각 양육 상황을 고려하여 모두 기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엄마'로 표기하여 설명드리는 점이 있습니다. 차이의 놀이의 콘텐츠는 엄마가 주로 양육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써 엄마를 주로 언급하여 표기하는 것은 아닌 점 꼭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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