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결혼 13년 차 주부입니다. 제 고민은 남편이 대화를 잘 하지 않는 것입니다.
남편은 회사일을 성실하게 하고 가족 일도 어느 정도 챙기는 편이지만, 부부 사이에 대화가 적은 편입니다. 남편이 말이 없으면, 말을 건 저는 무시당한 것 같아 좀 더 세게 말하게 되고, 그러면 집안 분위기가 안 좋아집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대화를 잘 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남편 때문에 아내 속이 끓는 사연이 많지요. 한편, 한번 이야기를 시작하면 옛날 일까지 가지고 와서 이야기하는 부인 때문에 힘들다는 남편들도 있습니다. 남편은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지 않으려면 입을 다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남자는 기본적으로 여성보다 소소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하는 것을 어색해 합니다. 평균적으로, 대화에 있어선 남자가 여성보다 준비가 덜 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남자들은 이렇게 하소연합니다.
1) 아내는 각을 잡고 하나씩 풀어나가는데 나는 무방비 상태다. 싸우고 싶지는 않아 피하게 된다
2) (기억도 잘 안 나는) 옛날이야기를 계속하니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3) 아내랑 이야기하다 보면 비판받는 기분만 들어 절망감이 느껴진다. 부끄럽고 속상해할 말이 사라진다.
4) 비판받으면 '욱'하는 기분이 올라와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기 힘들다.
5) 아내의 비판적인 말을 들으면 고립된 기분이 들어 괴롭다.
남자는 기본적으로 혼나게 되면 욱하는 기분이 듭니다. 저 옛날부터 내려온 생존을 위한 공격 본능이 올라오는 것이지요. 하지만 화를 내면 서로에게 안 좋다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입을 닫고 정면 승부를 피하게 되는 것이지요.
남자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당신이 최고라는 칭찬을 듣고 싶은데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으면 절망스럽고 욱하는 기분이 올라와 인생 사는 재미가 없어진다고 말이지요.
아내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랑 대화를 피하는 당신을 보면 우리 관계가 왜 존재하는지 모르겠고 외롭고 화가 난다고요.
화가 난 아내는 계속 대화를 요구하고 남자들은 고립되어 더욱 피하고,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건강한 가족 관계를 위해 이 악순환을 끊고 가는 게 필수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 가지입니다.
네가 잘못했어. 네가 바뀌어야 해라는 기조로 상대방을 바라보면 문제는 그대로입니다. 서로 조금 물러서서 변화하고, 해결책을 찾아야겠지요. 네가 안 바뀌면 나도 지금처럼 할 거야! 누가 이기나 한번 보자!라는 마음가짐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1. 기본적으로 남자는 과거 기억을 잘 하지 못하고, (부정적인 어조의) 과거 이야기가 나오면 괴로워합니다. 아내는 우선 이 점을 기억하고 과거 이야기는 가급적 대화에서 빼고 현재 중요한 포인트 위주로 이야기하는 게 좋겠지요.
2. 아내가 원하는 것은 남편과 대화를 잘 이어가는 것입니다. 아내가 섭섭한 마음에 비판적인 어조로 말을 하면 남자는 욱하는 기분이 들어 대화가 중단됩니다. 서로에게 안 좋지요. 그렇기에 긍정적인 어조로 대화를 이어가는 게 중요합니다. 잘 안되면 대화를 멈추고 심호흡을 해야겠지요.
3. 대화를 하다가 감정이 좀 격해지면 누군가 '휴전'을 외치며 대화를 중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감정이 고조되면 그 누구도 침착하게 대화하기 어렵습니다. 그럴 땐 끊고 진정된 후 차후에 이야기를 이어서 하는 것을 대화 규칙으로 삼아야 합니다.
4. 대화의 규칙을 세워 내가 10분 먼저 이야기하고, 그다음에는 남편이 10분 이야기하는 - 서로 말을 끊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도록 보호된 시간을 주는 대화를 연습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5.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긍정적인 분위기에서' 침착하게 대화를 이어나가는 노력입니다. 부정적인 단어와 짜증은 대화를 중단시킵니다. 그러기 위해선 대화 이전에 서로의 내면, 정체성을 각자 다지는 시간도 필요하겠지요.
사람은 대화를 해야 자신의 존재감도 형성하고 세상이 살아갈만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화가 끊기면 외롭고 고립된 기분이 들지요. 그래서 여자들은 더욱더 남편 보고 대화를 하자고 종용합니다. 하지만 남편은 조금은 강경하게 들리는 부인의 말에 나름의 소소한 상처와 자존감 붕괴, 욱하는 감정을 느낍니다. 그래서 가족 간 대화가 보기보다 정말 힘든 것입니다.
기억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1. 부인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말에 섞여 있는 부정적 어조, 과거 이야기 꺼내기 등이 남편에게 생각보다 큰 상처와 고립감을 준다는 사실을 깨닫고,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좀 더 부드럽게 이야기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2. 남편은 부인과 대화를 피하면 피할수록 관계의 끈은 약해지고 자신이 더욱더 외로워지고 더 고독해진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노력해서라도 내 생각을 구체적이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게 좋습니다. 만약 부인의 말에 상처를 받았다면 그 느낌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알려주는 것도 방법이겠지요. (부인은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화가 있어야 나와 내 소중한 가족이 살아 숨 쉴 수 있습니다. 또한 남자가 원하는 것은 따스한 칭찬인데, 내가 부인한테 먼저 해주어야 내가 그 칭찬을 돌려받을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나도 힘들어! 하고 동굴로 들어가지만 말고 고생하는 부인을 꼭 칭찬해 주세요. 그러면 그 칭찬이 다 나에게 곱절이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여자는 칭찬에 약합니다. 남자가 먼저 부인을 칭찬하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면 집안 분위기가 달라지고 부인도 나를 더욱더 인정해 줄 것입니다.
우리 가족의 행복 시작은 나로부터 시작합니다.